평범하다는 것은 현대판 노예라는 뜻이다

우리는 흔히 남들만큼만 살면 다행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하지만 최근 인문학적 담론과 자기계발적 논의 사이에서는 평범하다는 것은 현대판 노예라는 뜻이다라는 파격적인 문장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은 단순히 자극적인 선동을 넘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자신의 삶의 주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평범함(平凡, Ordinariness)이라는 상태가 과연 안정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체제에 순응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거세당한 예속의 상태를 의미하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표준적인 궤도에 맞춰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과거의 물리적 속박과는 다르지만 심리적 경제적 속박이라는 측면에서 노예(奴隸, Slavery)와 닮아 있다는 비판입니다.

보편적 삶의 궤도와 시스템에 대한 의존성 (System Dependency)

현대 사회에서 평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이 설계한 거대한 시스템 안으로 자발적으로 걸어 들어가야만 합니다. 교육 과정을 거쳐 취업을 하고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며 정년까지 노동을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은 매우 표준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개인에게 예측 가능한 미래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시스템에 대한 강력한 예속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만약 개인이 이 시스템의 흐름에서 이탈하려고 한다면 즉각적인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설계되어 있는데 이는 자유로운 선택이라기보다 생존을 담보로 한 순응에 가깝습니다.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은 화폐를 다시 시스템이 권장하는 소비에 지불하는 순환 구조는 과거 농노가 영주에게 노동을 바치고 보호를 받던 구조의 현대적 변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평범함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스스로의 시간을 시스템의 유지 보수를 위해 저당 잡히고 있는 셈입니다.

군중 심리와 개별성의 상실 (Loss of Individuality)

평범함을 지향한다는 것은 곧 다수의 선택을 따르는 군중 심리(群衆心理, Mob Psychology)에 자신을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남들이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공포(FOMO)는 개인이 가진 고유한 개성과 잠재력을 탐구하기보다 타인의 시선에 맞춘 정체성을 형성하게 만듭니다. 나만의 철학이나 가치관을 정립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검증된 안전한 선택만을 반복하다 보면 개인의 영혼은 점차 마모되어 갑니다. 이는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는 주인(主人)의 삶이 아니라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움직이는 노예적 삶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자신의 욕망이 진정으로 본인에게서 기원한 것인지 아니면 미디어나 교육을 통해 주입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가 바로 평범함의 함정입니다. 이러한 개별성의 상실은 인간을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전락시키며 결국 시스템이 요구하는 규격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경제적 자유의 부재와 부채의 사슬 (Debt Bondage)

경제적인 관점에서 평범한 삶은 종종 부채(負債, Debt)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내 집 마련이나 자동차 구입 혹은 교육비 지출을 위해 미래의 노동력을 미리 끌어다 씁니다. 이를 갚기 위해 원치 않는 노동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은 채무에 의한 예속 상태를 형성합니다. 평범한 중산층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와 원금은 개인을 일터에 묶어두는 가장 강력한 쇠사슬 역할을 합니다. 진정한 자유란 언제든 원하지 않는 일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에서 나오지만 평범함을 선택한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그러한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체제는 평범함이라는 환상을 소비하게 함으로써 개인을 영원한 노동의 굴레에 가두고 그들이 자본의 주인으로 거듭나기보다 자본의 관리자나 소모품으로 남기를 기대합니다. 이는 경제적 자립이 없는 평범함이 얼마나 취약한 노예 상태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안정이 주는 안온함과 사회적 안전망 (Social Safety Net)

비판적인 시각과 달리 평범함을 추구하는 행위에는 분명한 긍정적 기능인 안정(安定, Stability)이 존재합니다. 모든 인간이 비범함을 꿈꾸며 모험에 나선다면 사회는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며 대다수의 개인은 심각한 불안과 결핍에 시달릴 것입니다. 평범함은 인류가 오랜 시간 구축해온 사회적 협약과 안전망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법과 질서를 준수하고 보편적인 상식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타인과의 마찰을 줄이고 예측 가능한 삶을 영위하게 해주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입니다. 노예라는 표현이 주는 부정적 어감과 달리 시스템 안에서의 순응은 개인에게 일정한 수준의 복지와 의료 그리고 보호를 약속합니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벗어나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삶 또한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숭고한 권리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평범함을 노예로 치부하는 것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지나치게 폄하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지식의 평준화와 창의성의 억제 (Suppression of Creativity)

교육 시스템은 종종 비범한 인재를 길러내기보다 사회에 적합한 평범한 구성원을 양산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는 지식의 평준화(平準化, Standardisation)를 통해 사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창의성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평범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튀는 행동이나 독창적인 생각은 위험 요소로 간주되기 십상입니다. 이러한 환경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 아니라 주어진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수동적인 인간을 만듭니다.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능력이 창조적으로 길을 개척하는 능력보다 우대받는 문화는 노예 근성을 내면화하는 토양이 됩니다. 현대판 노예는 채찍이 아니라 평균(平均)이라는 잣대에 의해 통제됩니다.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자기 검열은 외부의 강압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개인의 사고 범위를 제한하며 결국 보이지 않는 벽 안에 갇힌 지적 감옥을 형성하게 됩니다.

소속감이라는 보상과 소외의 공포 (Fear of Isolation)

인간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기에 어딘가에 소속(疏屬, Belonging)되어 있다는 느낌에서 큰 위안을 얻습니다. 평범함은 다수의 무리에 속해 있다는 강력한 안도감을 제공하며 이는 고립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상쇄해줍니다. 하지만 이 소속감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으로 개인은 자신의 독자적 목소리를 희생해야 합니다. 무리에서 이탈하여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기로 결심하는 순간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고독과 오해입니다. 많은 이들이 평범함을 선택하는 이유는 자유가 주는 책임과 고독을 감당하기보다 예속이 주는 안온함과 소속감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비판적 시각에서는 이를 주체성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가짜 평안이라 부르지만 개인의 심리적 건강 측면에서는 사회적 연결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제가 됩니다. 평범함이라는 울타리는 차가운 세상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요새인 동시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울타리라는 이중성을 지닙니다.

주체적 삶을 향한 자각과 해방의 가능성 (Self-Emancipation)

결국 평범하다는 것이 현대판 노예라는 주장은 우리에게 삶의 주도권(主導權, Initiative)을 되찾으라는 각성제로 작용해야 합니다. 평범한 삶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타인의 의지나 시스템의 관성에 의해 휩쓸려가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라는 뜻입니다. 진정한 해방은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도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실천하는 의지에서 시작됩니다.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고 대중 매체의 선동에 흔들리지 않는 비판적 사고를 기르며 자신만의 행복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더라도 그것이 강요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노예의 삶이 아닙니다. 평범함이라는 껍데기 속에 숨겨진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마주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작은 실천을 시작할 때 인간은 비로소 체제의 부품이 아닌 존엄한 단독자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평범함과 비범함 사이의 균형을 찾아서

평범함이 현대적 의미의 노예 상태를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은 우리가 얼마나 타성(惰性)에 젖어 살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평범함을 악으로 규정하고 극단적인 비범함을 쫓는 함정에도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현대 사회라는 복잡한 매커니즘 안에서 완벽하게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내가 내리는 선택들이 진정으로 나를 향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태도입니다. 평범함의 안정성을 누리되 그 안에서 자신의 정신적 독립성(獨立性, Independence)을 잃지 않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시스템이 제공하는 혜택을 이용하면서도 그 시스템이 나의 영혼까지 지배하지 못하도록 경계선을 긋는 작업이 현대인의 진정한 숙제입니다. 결국 삶의 주인은 사회적 지위나 부의 축적 정도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인생의 항로를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용기를 가진 사람의 몫입니다. 우리는 평범함이라는 안전한 항구에 머물면서도 언제든 넓은 바다로 나갈 수 있는 항해술을 익히며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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