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이야기, 모순

안녕! 오늘은 내가 진짜 인생 책으로 꼽는 양귀자 작가님의 소설《모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사실 이 책은 작년에 친구가 읽어보라고 추천해 줬을 때 표지가 너무 클래식해서 살짝 졸릴 줄 알았거든?


근데 막상 첫장을 펼치니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새벽까지 다 읽어버렸지 뭐야. 인생의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아이러니를 이렇게까지 현실적으로 풀어낸 소설이 또 있을까 싶어. 오늘은 주인공 안진진의 눈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인생의 모순을 견디고 결국 더 성숙해질 수 있는지 내 사적인 이야기까지 곁들여서 아주 솔직하고 재밌게 풀어볼게.


모순 <출처: 제미나이>


불행의 모양은 다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라는 거대한 롤러코스터를 타는 중

이 책의 주인공인 안진진은 정말 스펙타클한 가정환경 속에서 살아. 늘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무능한 아버지와, 그런 삶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가버린 삼촌, 그리고 이 모든 고단함을 악착같은 생활력으로 버텨내는 어머니까지. 진진의 삶은 겉보기엔 절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비극의 연속이야. 사실 내 과거를 돌아봐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어.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낼 때였지. 매일 떨어지는 불합격 통보를 보며 '나만 왜 이렇게 불행할까',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할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밤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던 기억이 나.


진진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 과연 인생을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면 어떤 모습일까 하고 말이야. 진진에게는 외모도 삶의 태도도 완전히 판이한 두 명의 엄마가 존재하지. 바로 힘겨운 삶을 온몸으로 버텨내는 친엄마와, 부유하고 우아하지만 그 안에서 묘한 공허함을 느끼는 이모야. 진진은 이 두 사람을 관찰하면서 인생이라는 게 단순히 '가난하면 불행하고 부유하면 행복하다'라는 이분법으로 절대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 이모의 삶을 보면 돈은 많지만 눈물 없는 차가움이 있고, 친엄마의 삶은 고단하지만 그 속에서 인간적인 온기와 생명력이 살아 숨 쉬고 있거든.


내가 취업 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대기업에 들어간 선배를 만났을 때도 비슷한 충격을 받았어. 나는 그 언니가 세상에서 제일 부럽고 아무 고민도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보니 매일 야근과 사내 정치에 시달리며 영혼이 갉아 먹히고 있더라고. 그때 깨달았지. 남이 가진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내 삶을 불행하다고 깎아내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말이야. 우리가 겪는 불행의 모양과 크기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느냐가 진짜 중요한 거더라고.


정반대의 삶을 사는 두 여자, 내 안의 진진이와 이모 사이에서 방황하기

소설 속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진진이 엄마와 이모라는 극단적인 두 개의 거울을 통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간다는 거야. 엄마의 삶은 너무 거칠고 뜨거워서 가까이 가기엔 화상을 입을 것 같고, 이모의 삶은 너무 차갑고 정돈되어 있어서 인간미가 없어 보이지. 진진이는 이 두 세계 사이를 오가며 엄청난 혼란을 겪어. 나도 스물다섯 살 무렵에 이 진진이처럼 엄청난 정체성 혼란을 겪었던 적이 있어.


주위 친구들은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거나 대기업 인턴을 하며 아주 안정적인 트랙을 척척 걸어가는데,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어 하면서도 은근히 안정적인 월급을 부러워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가졌었거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열정적인 모습(엄마 같은 면모)을 가졌다가도, 문득 월말에 통장 잔고를 보고는 겁을 먹고 안전제일주의(이모 같은 면모)로 돌아서기를 수십 번 반복했어. 그때는 내가 너무 우유부단하고 이도 저도 아닌 사람 같아서 내 자신이 정말 미웠지.


하지만《모순》을 읽으면서 내 안의 그런 갈등들이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위로를 받았어.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야생마 같은 충동과 안정을 갈구하는 이성을 동시에 품고 살아가잖아. 진진이가 두 사람의 삶을 관찰하며 결국 자신만의 주체적인 인생 노선을 찾아내듯, 우리도 방황하는 그 시간 자체를 너무 자책할 필요가 없어. 그 혼란스러운 고민의 시간들이 모여서 결국 단단한 진짜 나를 만들어주는 거니까.


인생의 아이러니를 마주하는 용기, 상처는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예방주사

인생은 참 신기하게도 우리가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에 정답을 보여주거나, 혹은 가장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를 성장시켜. 소설 속에서 진진의 아버지가 갑자기 집으로 돌아와 평화로운 일상을 뒤흔드는 장면이 나와. 사람들은 흔히 비극이 끝나고 행복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진진의 가족은 또다시 파국과 수습을 반복하지. 이런 전개를 보면서 처음엔 좀 답답하기도 했어. 왜 이 가족은 고난이 끝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근데 생각해 보면 우리 삶도 그렇잖아. 다 해결됐다 싶으면 또 다른 문제가 빵 터지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또 그 고비를 넘겨와 있더라고. 나도 작년에 정말 크게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을 겪고 나서 한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방에 틀어박혀 지낸 적이 있어. 그때는 그 이별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실패이자 불행이라고 생각했지. 밥도 안 넘어가고 눈물만 나고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상처가 아물면서 보니까, 그때 겪었던 아픔 덕분에 내가 얼마나 성숙해졌는지가 눈에 보이더라.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도 단단하게 서는 법을 그때 비로소 배웠거든.《모순》이 우리에게 건네는 진짜 메시지가 바로 이거야. 인생의 모순과 부조리함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니, 차라리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통과해 내라는 것. 상처 없는 인생은 없지만, 그 상처를 어떻게 해석하고 내 삶의 자양분으로 삼느냐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라는 걸 이 책이 아주 담담하게 일깨워주더라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모순, 그래도 우리가 다시 사랑을 꿈꾸는 이유

소설의 후반부로 가면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깊이 있게 다뤄져. 진진을 사랑하는 두 남자, 아주 안정적이고 반듯하지만 왠지 모르게 지루한 나루와, 예술가적 기질이 넘치지만 파괴적인 매력을 가진 김장우 사이에서 진진은 갈등해.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니, 당연히 누구를 골라야 하는 거 아니야?' 싶지만, 진진의 선택은 독자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지.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애초에 거대한 모순 덩어리인 것 같아. 가깝고 친밀해질수록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너무 뜨거우면 데이고 너무 차가우면 얼어버리니까 말이야. 내 친구 중 한 명은 매번 나쁜 남자만 골라 만나면서 매일 밤 울고불고 하다가도, 또 누군가 다정하게 다가오면 지루하다고 도망치는 애가 있어. 처음엔 걔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까 조금은 알겠더라고. 우리 마음속에는 안정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스릴과 강렬한 감정을 갈구하는 모순적인 본능이 공존하고 있다는 걸 말이야.


결국 진진은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 피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만의 기준으로 진짜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기로 결심해. 완벽한 사람은 없고 완벽한 사랑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부족하고 모순적인 온전함을 끌어안는 것. 그게 바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 이 부분을 읽을 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어.


결코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 삶, 오늘의 아픔을 내일의 찬란함으로 바꾸는 마법

많은 사람들이《모순》이라는 제목만 듣고 나면 이 소설이 엄청 우울하고 씁쓸한 결말을 맺을 거라고 오해하곤 해.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이 책은 우리에게 인생의 부조리함을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서 끝내 피어나는 희망과 찬란한 생명력을 노래하거든. 진진은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주저앉는 대신, 삶의 모순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내일을 향해 걸어 나아갈 준비를 해.


나도 요즘 가끔 삶이 뜻대로 안 풀리고 막막할 때면 이 책의 결말 부분을 다시 펼쳐보곤 해. 세상이 아무리 나를 흔들고 엉망진창인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분명 나만이 발견할 수 있는 반짝이는 순간들과 배움이 숨어 있더라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아름답고, 모순 가득하기 때문에 매일이 새롭게 느껴지는 게 바로 우리 인생이 아닐까 싶어.


오늘 이 글을 읽은 너희도 만약 지금 뭔가 풀리지 않는 고민이나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 그 모순 가득한 시간들은 너를 무너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단단하고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과정일 뿐이니까. 우리 모두 각자의 인생이라는 소설 속에서 멋진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잖아. 오늘 밤은 씁쓸함 대신 달콤한 따뜻함을 안고 잠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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