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들 결혼해서 행복한 척 하고 우월한 척, 그만하세요. 힘든 거 다 알아요.

얼마 전에 우연히 카페 옆자리에 앉아있던 40대 아저씨들의 대화를 들었는데, 진짜 기가 막히더라구. 한 아저씨가 "요즘 애들은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살아서 불쌍해, 우린 가정도 있고 얼마나 안정감 있고 행복한데"라면서 엄청 어깨를 으쓱거리는 거야. 근데 그 눈빛을 살짝 보니까, 뭔가 묘하게 지쳐있고 오히려 혼자 사는 내 친구들보다 훨씬 더 찌들어 보이더라고.


요즘 흔히 말하는 '영포티' 세대 아저씨들이 결혼 생활의 고단함은 숨긴 채 SNS나 현실에서 유독 행복한 척, 잘 나가는 척 포장하느라 바쁜 모습에 대해 솔직히 한마디 해주고 싶어졌어. 20대 대학생인 내 눈에 비친 그들의 진짜 모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진짜 행복의 의미를 아주 솔직하게 파헤쳐볼게.


소파 대화 <출처: 제미나이>


아저씨들의 SNS는 왜 그렇게 '가족 판타지'로 가득할까

내 주변에도 인스타그램을 보면 아빠 친구들이나 삼촌들이 주말마다 와이프랑 아이랑 하하 호호 웃는 사진을 기가 막히게 올려놓더라고. "우리 가족이 최고야", "오늘도 와이프가 차려준 밥상에 감동" 같은 해시태그를 잔뜩 달아놓고 말이야. 근데 막상 우리 아빠만 봐도 주말에 집에서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리모컨을 돌리다가 엄마 잔소리 한마디에 영혼 없는 대답을 하거든.


솔직히 이건 심리학적으로 봐도 내면의 불안감을 감추려는 일종의 방어 기제인 것 같아. 요즘 세상이 얼마나 각박하고 40대라는 자리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가장 치이는 위치잖아. 사회적으로는 '꼰대' 소리를 들을까 봐 눈치를 봐야 하고, 집에서는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하는 가장의 무게 때문에 어깨가 짓눌려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내가 선택한 결혼이라는 제도가 얼마나 성공적이고 가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계속 주입하고 싶어 하는 거지. 남들 눈에 "나 아직 안 죽었어, 가정도 건실하게 잘 꾸리고 살아"라고 증명하고 싶어 하는 그 처절한 몸부림이 겉으로는 우월감으로 포장되어 나타나는 셈이야.


빨래 널다 현타 오는 순간, 완벽한 척의 가면이 벗겨지는 법

어느 날 아빠가 새벽까지 회사 보고서를 쓰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 학교 가방 챙기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러 나가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걸 우연히 들었어. "내가 이럴려고 결혼했나..." 하는 그 짧은 탄식 속에 정말 수많은 감정이 압축되어 있더라고.


결혼 생활이라는 게 드라마나 광고처럼 매일 로맨틱하고 우아할 수가 없잖아. 퇴근길에 지하철 환승역에서 치여가며 집에 오는데, 와이프한테 "오늘 삼겹살 사 와"라는 카톡을 받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그 기분, 내가 굳이 겪어보지 않아도 그 무게감이 고스란히 전해져. 빨래 개다가 세탁기 소리만 들려도 한숨이 나오고, 아이 학원비 고지서를 보며 한 달 잔고를 계산할 때 밀려오는 그 현실적인 막막함은 우월감으로 절대 가려지지 않거든.


그런데도 밖에서는 여전히 "우리 집은 와이프가 내조를 잘해서 편해", "애가 너무 똑똑해서 걱정이야"라며 자식 자랑, 아내 자랑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저렇게까지 척을 하며 살아야 할까 싶어 가슴이 좀 아파지기도 해. 힘든 건 힘든 거라고 솔직히 인정하면 훨씬 마음이 편할 텐데 말이야.


영포티 삼촌들이 잃어버린 '나'라는 이름과 쓸쓸한 퇴근길

우리 삼촌 중 한 명이 딱 이른바 영포티 감성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사람이거든. 주말마다 브랜드 캠핑 장비를 풀세트로 사고, 최신형 수입차를 타면서 음악은 인디 밴드 노래를 크게 틀고 다니는 그런 스타일 말이야. 젊게 사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하지만, 깊은 대화를 나눠보면 그 내면의 공허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가정과 회사 사이에서 정작 '나'라는 존재는 완전히 지워져 버린 지 오래인 거지.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술 한잔 마시고 싶어도 와이프 눈치가 보여서 1차만 끝나고 부랴부랴 집에 들어가거나, 카톡 단톡방에 답장을 못 하고 눈팅만 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이게 진정한 의미의 우월한 삶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젊고 트렌디하게 살고 싶어 하는 마음과,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가장이라는 역할 사이에서 엄청난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거야.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적어도 주말에 내가 뭘 하고 싶든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라도 있잖아? 근데 이 아저씨들은 물리적인 시간과 정신적인 에너지가 이미 다 분산되어 있어서, 혼자만의 사색이나 휴식을 누릴 여유조차 없더라고. 그 억지스러운 힙(Hip)함과 우월감 뒤에는 사실 치열하게 고독과 싸우는 중년의 외로움이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거지.


겉으로는 티격태격해도 결국 서로가 유일한 내 편이라는 진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결혼을 엄청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 같지? 근데 절대 아니야. 내가 부모님을 보면서, 그리고 주변의 오래된 부부들을 관찰하면서 느낀 건데, 그 모든 고생과 찌질함 속에서도 절대 부인할 수 없는 강력한 유대감이 존재하더라고.


얼마 전에 엄마가 큰 병원 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였어. 아빠가 평소에는 티격태격하고 엄마 잔소리를 그렇게 귀찮아하더니, 검진 결과가 나오는 그 한 시간 동안 다리를 달달 떨면서 안절부절못하는 거야. 결과가 다행히 좋게 나오니까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눈에 살짝 물기가 고이는 걸 봤어.


세상이 등을 돌리고 직장에서 치여서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을 때, 내 치부와 못난 모습까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 밥 한 끼 따뜻하게 차려줄 수 있는 사람이 집에 있다는 건, 돈으로도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 젊을 때는 서로 달라서 싸우고, 애 키우면서 힘들어서 척을 하고 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거친 풍파를 같이 맞았다는 전우애 같은 게 생기나 봐. 그게 바로 아저씨들이 겉으로는 센 척, 우월한 척해도 결국 가정을 떠나지 못하고 지켜내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싶어.


찌질함을 넘어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 아빠들의 위대한 여정

결국 영포티들의 그 묘한 허세와 행복한 척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완벽해지고 싶어 하는 그들의 애처로운 안간힘이자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그들만의 생존 방식인 셈이지. 처음부터 완벽한 어른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20대인 나도 매일 내 삶 하나 건사하기 벅차서 징징대는데, 한 가정을 이끌고 십수 년을 버텨온 그 아저씨들의 무게는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거울 거야.


그러니까 이제 겉으로 보이는 척과 허세만 보고 너무 밉상이라고 미워하거나 비난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 같아. 그 허세의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야근과, 아이의 웃음 한 번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허무맹랑한 순수함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조금은 짠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거든.


인생의 진짜 행복이란 건 남들에게 우월해 보이거나 완벽한 포장을 끝마쳤을 때 오는 게 아니라, 매일의 사소하고 찌질한 고난 속에서도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피식 웃으며 오늘 하루를 또 버텨내는 그 소박한 연대 속에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세상의 모든 영포티 아저씨들, 오늘도 밖에서 센 척하느라 고생 많았어. 집에서는 그 무거운 가면 좀 내려놓고, 진짜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가길 20대인 내가 진심으로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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