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다들 주말 잘 보내고 있어? 요즘 문득 영화 <건축학개론>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스무 살의 승민(이제훈)이를 보면서 진짜 가슴 한쪽이 아릿해지더라고.
스무 살, 그 시절의 우리란 게 다 그렇잖아. 세상에서 제일 잘난 척은 다 하지만 정작 마음 한구석은 완전 엉성하고, 남들 눈에는 별거 아닌 일에도 목숨을 걸고, 그러면서도 진짜 중요한 마음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그런 시기 말이야.
정릉의 좁은 골목길과 체크셔츠, 현실의 무게 앞에 작아지던 스무 살의 승민이
영화 속 대학생 승민이는 서울의 한구석, 정릉의 오래된 주택가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 집에서 통학하며 매일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하는 지극히 평범한 건축학과 남학생이지. 셔츠를 입고 백팩을 메고 캠퍼스를 오가는 그의 모습은 그 시절 우리 주변에 흔히 있던 대학생의 얼굴 그 자체였어.
그런 승민이 앞에 나타난 서연(수지) 역시 제주도에서 상경해 정릉에 방을 얻고 홀로 대학 생활을 버텨내던 여대생이었어. 두 사람 모두 화려한 서울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흔들리던 청춘들이었지.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넉넉하지 않은 형편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도 은근히 주눅이 들곤 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더라고. 승민이가 압구정 살고 부유한 건축과 선배와 어울리는 서연을 보며 느꼈던 열등감은, 단순히 질투라기보다 '나는 왜 이토록 평범하고 여유가 없을까' 하는 스스로를 향한 씁쓸한 자격지심에 가까웠을 거야. 넉넉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치열하게 스무 살을 버텨내고 있었기에,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동시에 자격지심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그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마음이 더 아려와.
서툴러서 상처를 주고, 겁이 나서 도망쳐버렸던 그 시절의 우리
승민이는 서연을 향한 마음이 커질수록 오히려 더 불안해했어. 가진 게 없다는 콤플렉스, 그리고 혹시라도 내 초라한 모습이 선배와 비교될까봐, 고백하면 거절 당할 것 같은 두려운 마음 때문에 타이밍을 놓쳐 버리지. 승민이는 서연이 선배의 부축을 받으며 서연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멀리서 목격하게 돼.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알아볼 필요도 없이 돌아섰지. 상처받은 승민이는 결국 마음을 정리한 채 모진 소리로 서연을 밀어내 버리지.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진짜 이불을 걷어차고 싶을 만큼 안타까워. 내가 대학 시절에 진짜 좋아하던 사람 앞에서 혼자 혼란스러워하다가 타이밍을 놓쳐 차가운 말로 마음을 밀어내고, 집에 와서 혼자 아파하던 기억이 겹쳐 보여서 말이야.
승민아, 그때 너는 단지 스무 살이었잖아.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상처받는 게 무서워서 방어막부터 치기 바빴던 나이였는데.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서 오히려 스스로를 갉아먹던 그 서툰 방황을 이제는 조금 다독여주고 싶어. 지독하게 순수했고 또 그래서 한없이 여렸던 그 시절의 자격지심은,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서연이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여겼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을 테니까.
첫사랑으로서 승민이가 지닌 대체 불가능한 매력 포인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이렇게 대학생 승민이에게 마음을 쏙 빼앗기게 되는 걸까요? 그건 바로 승민이가 보여준 사랑의 방식이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순수한 형태이기 때문이야.
- 첫째는 계산 없이 온 마음을 던지는 순정이야. 승민이는 서연이와 함께 서울의 빈집을 아지트 삼아 둘만의 공간을 만들지. 화려한 이벤트나 능숙한 말솜씨는 하나도 없지만, 긴장과 어설픔으로 가득한 그의 말과 행동에서 순정이 느껴지지.
- 둘째는 아날로그 감성이 빚어낸 결핍의 아름다움이야. 스마트폰으로 모든 게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요즘과 달리, 공중전화 앞에서 동전을 만지작거리고 버스정류장에서 막연히 기다리던 그 시절의 속도감 말이야. 승민이의 모든 행동에는 '기다림'과 '조심스러움'이 배어 있어서, 첫사랑 특유의 아스라이 번지는 향수를 극대화해 줘.
- 마지막으로 승민이의 가장 큰 매력은 불완전함에서 오는 깊은 공감대야. 선배와 비교되었을 때 자격지심과 거절에 대한 두려움, 결국 타이밍을 놓쳐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해 평생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입체적인 모습. 그 미완성의 청춘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과 정확히 겹쳐지기 때문에 승민이라는 캐릭터가 영원히 가슴에 남는 거겠지.
우리 안의 서툴렀던 그날을 기억하며
결국 승민이는 자신을 찾아 온 서연에게 상처가 되는 모진 말을 내뱉고 스스로 두 사람의 관계를 깨뜨려 버리고 말아.
서연의 진심을 모르는 채 타이밍을 놓쳐, 첫사랑인 그녀와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차가운 비수를 꽂아버리고 마음을 정리해야만 했던 그 스무 살의 어긋난 사랑은 생각할수록 마음이 저릿해지지.
시간이 지나도 지켜야 했던 사랑의 가치에 큰 의미를 두었고, 함께 사랑을 키우고 싶었지만 타이밍을 놓쳐 첫사랑을 정리하고 외면해야 했던 어설프고 순수한 그 시절의 우리 모습과 닮아 있어서 승민이의 그 마지막 모진 말은 더 오래도록 여운을 남겨. 오늘 밤은 낡은 정릉 골목길에서 혼자 눈물 삼키던 승민이의 그 서툴렀던 뒷모습을 떠올리며, 우리 각자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아프고도 순수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다정하게 안아주면 좋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