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건축학개론 대학생 서연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고 난 후, 여운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수지가 연기했던 대학생 서연의 모습은 단순히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치부하기엔, 스무 살을 지나고 있는 내 가슴을 너무나도 후벼파는 구석이 있었다. 지금부터 건축학개론 속 대학생 서연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녀가 품었던 아픔과 우리가 왜 그녀에게 공감하고 위로를 건넬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그토록 완벽한 '첫사랑'의 아이콘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20살 남자의 시선에서 아주 솔직하게 풀어보려 한다.


건축학개론 대학생 서연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첫사랑의 대명사 대학생 서연의 입체적인 면모

영화 속에서 서연은 흔히 남학생들이 환상 속에서 그려내는 전형적인 청순가련형 첫사랑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물론 처음 승민의 눈에 비친 서연은 음대 정문에서 빛나는 햇살을 받으며 서 있던, 캠퍼스의 로망 그 자체였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서연은 그저 보호해 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고민하고 상처받으며 성장해 나가는 입체적인 인물임이 드러난다.


서연은 서울에 올라와 살면서 은근한 서울 사람들과의 이질감, 그리고 집안 환경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안고 사는 평범한 스무 살이다. 건축학개론 수업을 같이 들으면서 승민에게 먼저 다가가고, 빈 집을 아지트처럼 꾸미며 주체적으로 관계를 이끌어간다. 그녀에게 승민은 단순한 관심 대상이라기보다는, 복잡한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안식처 같은 존재였다.


납뜩이에게 연애 상담을 받고 어설프게 다가오는 승민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서연 역시 승민을 향한 감정 앞에서 은근히 서툴고 불안해했다. 삐삐 메시지를 남기고 답장을 기다리며 애를 태우던 모습은, 딱 우리 나이 때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하고 순수한 사랑의 방정식이었다. 완벽해 보이지만 속은 여리고, 당차면서도 겁이 많았던 입체적인 인물이었기에 그녀의 모습이 더욱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서연이 겪었던 아픔과 공감, 그리고 위로의 시선

솔직히 말해서, 영화를 보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서연이 감당해야 했던 현실의 무게였다. 대학생이 되면 모든 게 반짝거리고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서연의 주변은 늘 조금씩 버거워 보였다. 집안의 기대와 경제적인 현실, 그리고 내가 속한 세계와 승민이 속한 세계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때의 그 씁쓸함은 지금 스무 살을 살아가는 내게도 너무나 깊게 와닿았다.


내 나이 스물, 대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의 막막함이 겹쳐 보였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만 하다가 갑자기 넓은 세상에 내던져졌을 때의 두려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부족한 현실이나 초라한 부분을 들키고 싶지 않은 그 조마조마한 마음을 서연도 고스란히 겪고 있었다. 비 오는 날 감정이 어긋나고, 서로 오해를 쌓아가며 눈물을 흘리던 서연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참 많이 아팠다.


"서연아, 그때 너도 참 많이 외롭고 불안했구나. 네가 승민이 앞에서 강한 척하려 하거나, 때로는 섭섭해하며 눈물 흘리던 그 모든 순간들이 비록 엇갈림으로 끝났을지라도 결코 잘못된 게 아니었어. 스무 살이라는 나이는 원래 누구나 다 서툴고 겁이 나는 법이니까. 네가 짊어졌던 현실의 무게를 조금만 더 일찍 누군가 알아채고 토닥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연에게 건네고 싶다. 삐삐가 불통이 나고, 서로의 마음을 오해해서 상처를 주고받았던 그 비극적인 순간들이 네 잘못이 아니라고. 그 시절의 너는 최선을 다해 사랑했고, 최선을 다해 너의 세계를 지켜내고 있었다고 말이다.


첫사랑으로서 서연이 지닌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왜 사람들은 아직도 '건축학개론'의 서연을 첫사랑의 대명사로 기억할까? 그것은 그녀가 가진 매력이 단순히 예쁜 외모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쌩얼에 가까운 얼굴로 도서관에서 졸거나, 과제를 하느라 꼬질꼬질해진 모습, 그리고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진솔한 얘기를 나누는 소탈함은 누구나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혹은 내가 이런 사랑을 해봤으면 하고 바라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다.


특히 이어폰을 나눠 끼고 동네 골목을 걷던 그 장면은 첫사랑의 감정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완벽하게 각인시킨다. 들국화의 노래를 함께 들으며 서로의 심장 소리에 귀 기울이던 그 풋풋함은, 스마트폰과 자극적인 메신저에 익숙해진 지금의 우리에게 엄청난 아날로그적 향수와 설렘을 안겨준다.


서연의 매력은 '완벽함'이 아니라 '기억 속의 아련함'에 있다.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그리고 가장 예쁘고 풋풋했던 시절의 가장 순수한 내 모습을 그 애가 기억해 주고 있기에 그녀는 영원한 첫사랑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흘러 납골당에 가거나 과거를 회상할 때 문득 떠오르는 그 시절의 서연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한 번쯤 스쳐 지나간 가장 찬란했던 계절 그 자체다.


영화 속 대학생 서연을 떠올리며 나 자신의 스무 살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서투름과 방황 역시 언젠가는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서연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오늘을 온 마음을 다해 부딪히고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지금 당신의 마음속에는 어떤 첫사랑이 살고 있는지, 혹은 당신만의 '서연'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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