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코난전

내 방 책상 서랍 구석을 열어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용돈을 탈탈 털어서 모았던 코난 만화책이랑 각종 굿즈들이 아직도 한가득 나와요. 어릴 적부터 남들보다 장르에 과몰입하는 편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제 인생을 통째로 갈아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 바로 명탐정 코난이에요. 신이치가 코난으로 변해버린 그 첫화부터 지금까지 매주 애니메이션을 챙겨보고 극장판 개봉일만 기다리는 저 같은 스무 살 덕후에게 올해 홍대에서 열린 명탐정 코난전은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감격스러운 이벤트였어요.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심장이 너무 뛰어서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는데, 직접 다녀와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완벽하게 공간을 꾸며놓아서 감동이 두 배로 밀려왔답니다. 코난과 함께 자란 지난날의 추억들이 머릿속 스필름처럼 지나가면서 온몸에 전율이 돋았던 그날의 생생한 기억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가 왜 이렇게 대단하고 행복한 공간이었는지 자세히 풀어볼게요.


명탐정 코난전 <출처: 제미나이>


돋보기 너머로 마주한 추억의 서막, 코난의 연대기를 거닐다

홍대 AK플라자 4층 오뮤지엄에 도착한 순간부터 거대한 코난 포스터와 함께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저를 반겨주는 캐릭터들의 모습에 벌써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요.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펼쳐진 첫 번째 테마 공간은 지난 30년 동안 우리 곁을 지켜준 코난의 방대한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기획되어 있었어요.


초창기 그림체부터 지금의 세련된 작화로 변화하기까지의 과정을 쭉 따라가다 보니, 마치 제가 코난이라는 거대한 세계관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어릴 때 엄마 몰래 이불 속에서 스탠드를 켜고 코난 만화책을 보던 기억도 나고, 친구들과 누구 범인일지 추리하며 열을 올렸던 유년 시절의 조각들이 하나둘씩 떠올라서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어요. 단순히 전시물을 눈으로 구경하는 걸 넘어서 제 유년기의 순수했던 열정을 다시금 몽글몽글하게 꺼내어 마주하는 기분이라 입장하자마자 눈물이 살짝 고일 정도로 행복했어요.


검은 조직의 그늘과 숨막히는 명대사의 향연

전시실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코난 스토리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검은 조직 관련 에피소드들과 가슴을 울렸던 수많은 명대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나와요. 평소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괴도 키드가 화려한 등장과 함께 멋진 포즈로 서 있는 포토존에서는 진짜 심장이 쿵쾅거려서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었어요.


진과 워커가 등장하는 음산한 분위기의 섹션에서는 방금이라도 아포톡신 4869를 먹고 작아질 것만 같은 짜릿한 스릴이 느껴져서 친구랑 손을 꼭 잡고 구경했던 기억이 나요. 벽면 가득 채워진 캐릭터들의 명장면과 명대사 코너에서는 코난이 했던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는 대사가 나올 때마다 전시장 안의 모든 관람객들이 마음속으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어두운 방 안에서 빛나는 증거물들과 사건 보판들을 직접 살펴보니 마치 제가 소년 탐정단의 일원이 되어 미션을 해결하러 현장에 뛰어든 것 같은 과몰입 상태가 되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구경했어요.


아오야마 고쇼의 작업실에서 엿본 상상력의 원천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소름 돋고 흥미로웠던 곳은 바로 원작자 아오야마 고쇼 선생님의 실제 작업실을 오롯이 재현해 둔 공간이었어요. 만화책에서나 어렴풋이 보았던 수많은 스케치와 콘셉트 노트, 그리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을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원고들을 눈앞에서 직접 보니까 진짜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어떻게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렇게 매번 기발하고 치밀한 트릭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작가님의 엄청난 천재성과 열정에 존경심마저 들더라고요. 구석구석 놓여 있는 소품 하나까지 엄청난 디테일로 신경 쓴 게 보여서 작가님이 걸어온 창작의 길을 조용히 따라 걷는 듯한 경건한 기분마저 느꼈어요. 평소에 글을 쓰거나 창작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는 단순한 팬심을 넘어선 거대한 영감을 안겨준 소중한 공간이라 이 앞에서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발길을 떼지 못하고 서 있었던 것 같아요.


덕후의 지갑을 무장해제시키는 굿즈 대지옥과 통장의 결말

이렇게 멋진 전시를 보고 나면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코스가 바로 엄청난 규모의 굿즈 숍이에요. 출구 쪽에 다다르자마자 제 코끝을 스치는 굿즈들의 냄새와 함께 전 세계 코난 팬들의 뜨거운 열기가 장난 아니게 느껴졌어요.


30주년 기념 한정판 아크릴 스탠드부터 시작해서 레트로 감성이 가득 담긴 키링, 아포톡신 4869 모양의 귀여운 굿즈들까지 정말 통장을 그대로 바치고 싶을 만큼 소장 가치가 폭발하는 아이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어요.


저는 결국 고심하고 또 고심한 끝에 제 최애 캐릭터 굿즈랑 이번 전시회 한정 포토 카드를 장바구니에 가득 담았고, 결제할 때 카드가 긁히는 소리가 통장엔 쓰라렸지만 제 마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부자가 된 것처럼 든든하고 뿌듯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쇼핑백을 품에 꼭 안고 지하철을 탔는데, 힘든 줄도 모르고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코난과 함께 자란 우리들에게 바치는 가장 완벽한 찬가

전시장을 완전히 빠져나와 홍대의 선선한 공기를 마주했을 때, 여운이 너무 깊게 남아서 카페에 곧바로 앉아 친구랑 핸드폰 사진첩을 몇 번이고 다시 돌려봤어요. 이번 홍대 명탐정 코난전은 단순히 인기 만화의 팝업벤처를 넘어, 어린 시절 우리의 방 한켠을 설렘으로 채워주었던 영원한 히어로에게 보내는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러브레터 같은 느낌이었어요.


바쁘고 지친 대학 생활을 하느라 잠시 잊고 살았던 순수했던 시절의 꿈과 열정을 코난이 다시금 반짝반짝하게 일깨워준 것 같아서 힐링이 제대로 되었답니다. 앞으로도 코난이 40주년, 50주년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우리의 곁을 지켜주었으면 좋겠고, 그때마다 저는 또다시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한걸음에 달려가게 될 거예요. 덕분에 이번 주말은 제 인생에서 손꼽힐 만큼 행복하고 마음에 에너지로 가득 찬 완벽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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